윤동주 시인 / 굴뚝
산골짜기 오막살이 낮은 굴뚝엔 몽기몽기 웬 연기 대낮에 솟나
감자를 굽는 게지, 총각 애들이 깜박깜박 검은 눈이 모여 앉아서 입술에 꺼멓게 숯을 바르고 옛 이야기 한 거리에 감자 하나씩
산골짜기 오막살이 낮은 굴뚝엔 살랑살랑 솟아나네, 감자 굽는 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정음사, 1948
윤동주 시인 / 참회록(懺悔錄)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王朝)의 유물(遺物)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ㅡ만 이십 사 년 일 개월(滿二十四年一個月)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懺悔錄)을 써야 한다. ㅡ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告白)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정음사,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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