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 / 바람이 불어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理由)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理由)가 없을까,"
단 한 여자(女子)를 사랑한 일도 없다. 時代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정음사, 1948
윤동주 시인 / 십자가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敎會堂) 꼭대기 십자가(十字架)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왔던 사나이, 행복(幸福)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十字架)가 허락(許諾)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정음사, 1948
윤동주 시인 / 새벽이 올 때 까지
다들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검은 옷을 입히시오.
다들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흰 옷을 입히시오.
그리고 한 침대에 가즈런히 잠을 재우시오.
다들 울거들랑 젖을 먹이시오.
이제 새벽이 오면 나팔소리 들려올 게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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