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남 시인 / 빈 술잔에 취한 듯
고체처럼 딱딱한 신음소리 우리가 버린 무질서는 부메랑으로 돌아와 생생히 기억되는 통증의 혼란 강물 속을 둥둥 떠내려 온 물고기 떼 봄볕이, 죽어가는 물고기 내장 속으로 내시경(內視鏡)를 투사하고는 스냅사진 몇 장을 찍는다 곳곳이 검게 썩어 짓무른 내장(內臟)마다 미세플라스틱 알갱이가 박혀있다
푸르게 물들어가는 녹색물결 그러나 심연으로부터의 캄캄한 몸부림은 우리와 무엇이 다를까 싶다 울다가 지치다 그러다 구릉능선을 따라 이슬비 내리고 아득히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면 나직이 숨 쉬는 생명들
간헐적으로 꽃피는 시간보다 사람의 웃음꽃이 심장 속으로 녹화되어 환희 피어나길 바라는 건 나만의 바람인가 때론 빈 술잔에 취한 듯 이 공간을 넘어 나비의 꿈처럼 날고 싶다 이따금 부주의적 몽니의 틀은 깨버리고 바라는 꿈의 한 문장을 온전히 전하고 싶은 건 -살아있음이여 모두 안녕하십시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5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근열 시인 / 커서 (0) | 2019.07.27 |
---|---|
정선 시인 / 그대에게 가는 배 한 척을 세우기 위해 외 1편 (0) | 2019.07.27 |
이선 시인 / 채수영의 시세계 (0) | 2019.07.27 |
송연숙 시인 / 내재율 외 1편 (0) | 2019.07.27 |
노혜봉 시인 / 꿈아, 무정한 꿈아 (0) | 2019.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