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 시인 / 가정(家庭)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
구문 반(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문 삼의 코가 납짝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壁)을 짜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 구문 반(十九文半).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의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 구문 반(十九文半)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청담(晴曇),
일조각, 1964
박목월 시인 / 강나루 밀밭길의 나그네
참으로 인생이 무엇임을 누가 알진대 실패할수록 더욱 풍부할 수도 있는 인생을 나의 시에는 눈물이 얼어 눈으로 변하고 어린것은 눈물 자국이 마른 얼굴로 잠들었다. 이런 밤에 그가 꾸는 꿈의 내용을 나는 모르지만 또한 알지만 나의 시는 허전하게 서럽고 연필은 눈 오는 소리로 사각거리며 벌판을 달린다
<목판화> 중에서
박목월 시인 / 나그네
강(江)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리(三百里)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청록집, 을유문화사,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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