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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숙 시인 / 섬 ㅡ누군가 잃어버린 퍼즐 조각들
바다에 풀린 달이 하얀 길을 낸다, 그 길을 따라 물이 온다 갯벌에 발목만 담그고 있던 바다의 밑그림들이 술렁거린다 오늘은 달도 만조가 되는 날 포구의 밤풍경이 비로소 다 맞추어지기까지 보름이 걸렸다
다시 물이 온다 얼마나 많은 섬을 훑고 돌아다녔는지 철벅철벅 오는 걸음이 느리고 무겁다
오래전 너는 내게 맞물렸던 한 조각, 폭풍우 같은 시절이 지날 때 너는 훌훌 뭍을 떠나 섬이 되어 숨었다 섬과 섬을 기웃거리며 다녀도 보일 듯 말 듯 한 하얀 종아리, 수많은 섬들 중에 익숙한 네 무릎도 볼 줄 모르는 나는 너를 이해하는데만 반생이 걸렸다
너는 거기서 나는 여기서 조금씩 낡아간다 그러므로 내가 너를 찾았을 때는 헐렁해진 거리를 힘들어 할지도 모르는 일
시간을 뒤엎어 다시 끼워 맞추면 그때는 네가 보일까, 텅 빈 해안선 둥글게 굽은 옆구리에 억지로 제 몸을 들이미는 달빛,
계간 『시안』 2011년 가을호 발표
허영숙 시인 / 49일
돌아가신 할머니가 꿈에 다녀갔다. 깃털처럼 가벼운 몸짓으로 와서 잠시 나를 들여다보고 마당의 맨드라미 씨앗을 한 줌 받아 환하고 눈부신 길목을 돌아갔다 그날 밤, 숙모의 꿈에도 다녀갔다고 했다
평생 쌀물 일던 아침을 놓지 못해 칠일 서늘하게 혼자 늙어 갈 빈집에서 산꿩 울음만 듣고 풋감은 저 혼자 어떻게 익나 하고 다시 칠일 한 목숨 다 저문 후에도 사람들이 부르는 당신의 이름에 귀 기울이며 딱 그 이름만큼으로 울고 그 이름으로 일곱 날을 다시 일곱 번을 살다가 먼 바깥으로 맨드라미 씨앗을 쥐고 걸어갔다
비로소 완전히 가신 거라며 숙모는 밥도 먹지 않으며 울었고 나는, 버드나무가 있는 물가에 앉아 하늘을 보았다 피안에 들기 전에 머문다는
마흔아홉 날
그곳의 입구가 어디쯤인지 남은 사람들은 끝내 알지 못하고 숙모도 다시 수저를 들 것 이지만 하늘 저 어디쯤을 열면 맨드라미 까만 씨앗이 쏟아질까 나는 , 버드나무 가지를 힘껏 당겨보았다
49재 : 칠칠재(7.7,七七齋)라고도 불리는 사십구재는 사후 49일 만에 치르는 제사의례
계간 『시산맥』 2011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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