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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과니 시인 / 저 별이 야옹친다
노래여, 오 노래여, 그 반짝임이여, 어디 있는가? 빌딩들 본능이 치솟음에 있어 지상이 높아져간다. 다투어 치솟은 성곽 같은 저 오르가슴들 속에서 나는 있고 나는 있는데, 내가 없는 건가.
쓰린 오장육부 비틀어 짜 쏟아진 그늘 한 뙈기 내 그림자가 나를 밟고 나는 내 그림자를 밟는다.
상처의 약은 또 다른 상처인 것. 깊은 상처로부터 부활한 로드킬이 밤하늘 밀면 별이 열리고 별빛 보이고 눈감은 것들이 눈을 뜰 것인가.
아주 깊숙한 곳에서 눈물이 눈을 뜨면 태초의 본능은 그 슬픔 진하게 사랑해줄 것인가.
아주 동떨어지게 저기, 자질구레하게 여기, 디디는 앞발과 뒷발 사이로 미로가 흐르지만 북쪽엔 남쪽 있을 것이고 동쪽엔 서쪽 있을 거라고 또한 남쪽엔 북쪽 있을 것이며 그러므로 말미암아 서쪽엔 동쪽 있을 거라고 동서남북 디디는 앞발 뒷발.
온기 지필 꿈 쪽으로 샅샅이 떠도는 구름. 그 하늘 아래서 깊은 지하가 높은 지상을 만났으나 해는 있고 해는 있는데, 해가 없는 건가.
그림자와 그림자 사이로 비낀 높은 오르가슴들과 그 솟구친 꼭대기들. 이미 입은 상처의 약은 새로운 상처인 것이다.
별빛보다 더 깊숙한 상처로부터 부활할 너는 어떤 존재인가. 지진(地震)아,
부르는 소리에 그 자리에서 성곽처럼 굳어버린 빌딩의 오르가슴들 꼭대기 정수리를 밟아대는 붉은 노을빛. 그리고 그 뒤를 짙게 잇는 까만 어둠 무더기
나는 딛는다. 미로로부터 동서남북까지 앞발과 뒷발이 밤하늘을 친다. 별들이 열린다. 별빛들이 보인다. 눈감은 것들이 눈을 뜬다.
아주 동떨어지게 저기, 자질구레하게 여기, 돈 없이도 잘 굴러다니는 바람. 애무해주는, 비닐봉지에 담겨 버려진 실연에게 키스하는, 온갖 영혼 통틀어 무일푼으로 반짝거리는, 그 신분은 길고양이다!
깊은 상처로부터 부활한, 로드킬이 야옹친다*. 노래여, 오 노래여, 그 반짝임이여, 여기 있구나!
계간 『창작21』 2018년봄호 발표
송과니 시인 / 가리사니
모든 마음은 늘 젖어 있어야 한다. 사람의 바다는 항상 파도에 젖어 있음으로 더 깊어지고 더 깊어지되 그만큼 새파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날뛰어라 하는 것은 아니다. 변덕의 나라 대지 위를 길 잃지 않는 물의 촉수 세우고 조심조심 나직하게 기어 다녀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쪽으로 흘러가도 해안, 반대쪽으로 달음박질 쳐도 해변, 그런 곳에 살게 한다 하여 일렁이고 울컥거리는 아주 껄렁껄렁한 물의 광야인 것이다, 바다는.
그러므로 노래가 타오른다. 타오르는 태양과 솟구치는 달 그 다음에 존재하는 고독이 지은 것 인생이라는 노래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등대는 불 꺼지지 않는 영혼의 배를 타고 깨달음이라는 깊고 높고 먼 파도 위를 항해해야 한다.
삶이란 것은 구멍 그물 던지는 행위인 것. 지금까지 내 구멍은 나 자신이었다. 내 구멍으로 빠져나간 수많은 나에게 물리고 뜯겨 늘어진 그물 구멍 다시 좁아지게 손질하여 물 좋은 희로애락 낚는 동안 기우뚱거리고 꼴랑거리는 선상,
나는 인간인가? 나는 인생인가? 바다는 끊임없이 일렁인다. 바람을 뒤로 밀어버리자 뒤로 자빠지는 물살. 그럴수록 서로 더 집착하는 바람과 물살.
떠도는 영혼들로 출렁거리는 우주 저 으슥한 고래별자리로부터 떨어진 내 작은 등에 어둠을 모태로 한껏 자라난 자체발광의 피가 흐르는 푸른 태양 태우기 위한 일이라면 등대는 별이 빙빙 도는 멀미 기꺼이 불러 품을 것이다.
이 시간은 넘어서면 다른 저 시간이다. 한 줄기 초승달처럼 휘돌아 굽은 등이 근사한 새우잠 밖으로 기어 나온 새우가 두런거린다. 인면어(人面魚)는 날렵하고 미끄러운 지느러미 가졌다. 내 구멍을 빠져나간 것들, 꿈들, 사랑들, 태양들, 달들, 별들, 그 비린내들.
그렇다면, 나는 어디로부터 떨어진 무엇인가? 밤새 떠돈 별들의 비늘을 벗기는 시간. 날개 씻지 못하는 갈매기로부터 하르르 쏟아지는 비릿한 공기 헤적이던 등대가 이정표처럼 솟은 새벽달을 부싯돌 삼아 일출 켠다.
인간은 인생이라는 밥 짓는 종 죽을 때까지 불 때는 작업을 하는 것. 여전히 어리둥절해 하는 지구를 향해 우주가 불타는 자기 심장 태양을 꺼내 보인다. 굶주려야 불탄다. 배고파야 타오르고 또 타오른다. 불 때는 종이여.
다시 아침이다. 또 하루다. 살아남아야 한다. 날아든 갈매기가 다른 바다에게로 날아가 버릴까, 바람과 물살이 서로 마음 밀착 포갤 하루. 달과 달무리가 한 침대에 든 간밤 잠자리 이불 개키는 모습으로 몰려오는 밀물과 그 물살, 창이 열렸으니, 바람은 일렁이며 내지른 물의 숨소리 젖은 이불 널어 말려야 한다. 오늘밤 묵어갈 썰물의 숨소리 덮어주어야 하므로 한번 일어난 아픔은 절대 눕지 않는다.
눕지 않는 노래로부터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 노 젓는 갈매기 날개가 타오른다. 울렁거리는 마음은 대지 위에 깊어진 바다 부어댄다. 이 시간은 넘어서면 다른 저 시간이다. 감히 절망 따위로도 그물을 정지시키지 마라. 이제 섬은 높새바람 길쌈하여 돛 지어 달고 싱싱한 숨소리 만선 낚아 올리기 위해 저 푸른 별 바다 은하수까지 어로에 나설 것이다.
다시 노래가 타오른다. 늙은 어부의 기침소리 바다와, 펄떡이는 꿈들 사랑들 별들 달들 그 비늘들 매일 짓는 물과, 눕지 않고 가슴 뛰는 물결 사이에 선 목마른 바람 노래가 이 시간 너머 저 시간으로 타오른다.
산다는 것은 목이 마르는 일. 바다는 물의 광야. 물의 환유인 인류. 세상은 생사의 광야. 생은 또 하나의 사. 사는 또 다른 생. 생은 사의 분신. 사는 생의 분신.
떠도는 영혼들이 일렁이고 울컥거린다. 이 껄렁껄렁한 광야에서 나는 인간인가? 나는 인생이다! 그 답장 생사에게 부치려 물은 바람을 끊임없이 끌어들이는 것이다.
바람 불어라. 가슴 뛰어야겠다.
계간 『시현실』 2018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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