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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시인 / 내 왼쪽 귀에 사는 귀뚜라미
내 귓속에는 귀뚜라미가 산다 이명이시군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귀뚜라미가 산다니까요 귀뚜라미 몰라요?
귀뚜라미가 돌아왔다 닷새 만에 당나귀를 타고 불현듯 돌아왔다. 깊은 밤, 귀뚜라미는 당나귀를 내 귓불에 매어놓고 귓속으로 들어왔다. 나는 손바닥으로 귓불을 눌러 귀뚜라미를 가두었다. 귓속에 갇힌 귀뚜라미는 잠시, 당나귀처럼 날뛰었던가. 아직 울어야 할 울음이 넘쳐난다는 듯
귀가 운다. 귀뚜라미가 운다. 이명요? 아니라니까요 그냥 귀뚜라미라니까요. 눈을 뜨면 귀가 뚫어져라 울어대던 귀뚜라미는 어느새 당나귀를 타고 가고 없다. 조용한 아침이다.
계간 『시로 여는 세상』 2012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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