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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성우 시인 / 내 왼쪽 귀에 사는 귀뚜라미

by 파스칼바이런 2019. 9. 22.

박성우 시인 / 내 왼쪽 귀에 사는 귀뚜라미

 

 

내 귓속에는 귀뚜라미가 산다 이명이시군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귀뚜라미가 산다니까요 귀뚜라미 몰라요?

 

귀뚜라미가 돌아왔다 닷새 만에 당나귀를 타고 불현듯 돌아왔다. 깊은 밤, 귀뚜라미는 당나귀를 내 귓불에 매어놓고 귓속으로 들어왔다. 나는 손바닥으로 귓불을 눌러 귀뚜라미를 가두었다. 귓속에 갇힌 귀뚜라미는 잠시, 당나귀처럼 날뛰었던가. 아직 울어야 할 울음이 넘쳐난다는 듯

 

귀가 운다. 귀뚜라미가 운다. 이명요? 아니라니까요 그냥 귀뚜라미라니까요. 눈을 뜨면 귀가 뚫어져라 울어대던 귀뚜라미는 어느새 당나귀를 타고 가고 없다. 조용한 아침이다.

 

계간 『시로 여는 세상』 2012년 가을호 발표

 

 


 

박성우 시인

1971년 전북 정읍에서 출생. 원광대 문예창작과외 同 대학원 졸업.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거미〉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동시집 『불량 꽃게』, 청소년시집 『난 빨강』 등이 있음. 신동엽문학상, 윤동주젊은작가상 등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