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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길 시인 / 삼백 살이나 나이 먹은 사내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은 과르네리 델 제수를 데리고 산다. 나이가 자그만치 삼백 살 과르네리 델 제수는 힘꼴이나 쓰는 사내라 깊고 어둡고 강렬하다. 사라 장은 이 사내와 열일곱 살에 만나 동거중인데 과르네리는 쓸 만한 게 백은 되나 거의 박물관으로 가버렸고 사라 장이 이 사내와 브람스나 시벨리우스를 타면 심오한 영혼을 끌어내 파동친다. 어디서 그런 울림이 나오냐고 물으면 과르네리가 나이 삼백이라 세월이 흘러 들어가 저절로 그런 음색이 튀어 나온단다. 도대체 한 번도 연주경연에 나선 적 없으나 거장 로스트 로포비치와 협연할 정도이니 사라 장도 거장이긴 거장이지 이런 거장 손아귀에 걸려들었다면야 아무리 사나이 중 사나이인 과르네리라 한들 맥을 제대로 쓸 수 있을까 하자는대로 할 수밖에 하기사 나이가 삼백쯤이면 우주의 소리가 스스로 찾아와 깃들릴 법도 할 것
격월간 『유심』2009년 5~6월호 발표
최명길 시인 / 노을 안나푸르나
어떤 현묘한 정신의 울퉁불퉁한 뼈다귀, 그 뼈다귀가 붉게 탄다. 지금 말은 필요 없다. 고요한 응시면 된다.
내 영혼은 그 만년 정수리에 홀려 무간지옥으로 내려갔다 갑자기 맑아지면서 켜켜이 쌓인 껍질이 나가떨어졌다. 다만 산과 나 나와 산이다. 산과 한 몸으로 엉켰다. 그리고는 빨려 들어갔다. 애인의 달짝한 입속으로 혓바닥이 빨려 들어가듯 차고도 예리한 흰빛 붉음 속으로
내 온몸이 휘말려들며 그렇게 우주는
월간 『현대시학』 2005년 1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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