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천명 시인 / 희망
꽃술이 바람에 고개짓하고 숲들 사뭇 우짖습니다
그대가 오신다는 기별만 같아 치맛자락 풀덤불에 긁히며 그대를 맞으러 나왔습니다
내 낭자에 산호잠 하나 못 꽃고 실안개 도는 갑사치마도 못 걸친 채 그대 황홀히 나를 맞아주겠거니---- 오신다는 길가에 나왔습니다
저 산말낭에 그대가 금시 나타날 것만 같습니다 녹음 사이 당신의 말굽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내 가슴이 왜 갑자기 설렙니까
꽃다발을 샘물에 축이며 축이며 산마루를 쳐다보고 또 쳐다봅니다
별을 쳐다보며, 희망사, 1953
노천명 시인 / 여인부(女人賦)
미용사에게
결발(結髮)을 읽히는 대신 무릇 여인이여 온달에게서 바보를 배우라 총명한 데에 여인은 가끔 불행을 지녔다
진실로 아리따운 여인아 네 생각이 높고 맑기 저 구월의 하늘 같고
가슴에 지닌 향랑보다 너는 언제고 마음이 더 향그러워라
여인 중에 학처럼 몸을 갖는 이가 있어 보라 물가 그림자를 보고 외로워도 좋다
해연(海燕)은 어디다 집을 짓는지 아느냐
창변, 매일신보사,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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