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명 시인 / 내 마음은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
김동명 시인 / 파초(芭蕉)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을 향한 불타는 향수, 너의 넋은 수녀보다도 더욱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의 여인,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이제 밤이 차다, 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 너의 그 드리운 치맛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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