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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김동명 시인 / 내 마음은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7. 9.

김동명 시인 / 내 마음은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

 

 


 

 

김동명 시인 / 파초(芭蕉)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을 향한 불타는 향수,

너의 넋은 수녀보다도 더욱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의 여인,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이제 밤이 차다,

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

너의 그 드리운 치맛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

 

 


 

김동명(金東鳴, 1900.2.4 ~ 1968.1.21) 시인

1900년 강원도 강릉(江陵)에서 출생. 호는 초허(超虛). 토오쿄오(東京) 아오야마학원(青山學園) 신학과(神學科)를 졸업. 1923년 《開闢(개벽)》 10월호에 프랑스의 세기말(世紀末)시인 보들레에르에게 바치는 시 〈당신이 만약 내게 문을 열어 주시면〉을 발표하며 등단. 전원(田園)에 묻혀 시작(詩作)에 몰두하며 《조선문단(朝鮮文壇)》 · 《동광(東光)》 · 《조광(朝光)》 · 《신동아(新東亞)》 등의 잡지를 통해 작품 발표.

1960년에 초대 참의원의원(參議院議員)에 당선, 5 · 16 직전까지 정치인생활을 했음. 저서로는 첫 시집 『나의 거문고』(1930)와  『芭蕉(파초)』(1938) , 『삼팔선(三八線)』(1947), 『하늘』(1948) 『격자(目擊者)』(1955), 『내마음은』(1964)이 있음. 밖에 수필집 『세대(世代)의 삽화』(1955), 『적과 동지』가 있고, 『김동명 문집(文集)』 1965년 3권으로 출간. 1947년 이화여대 출판부 발행 『진주만(眞珠灣)』으로 1954년에 자유문학상(自由文學賞)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