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만영 시인 / 사랑
서울 어느 뒷 골목 번지없는 주소엔들 어떠랴, 조그만 방이나 하나 얻고 순아 우리 단 둘이 사자.
숨박꼴질하던 어린 적 그 때와 같이 아무도 모르게 꼬옹 꽁 숨어 산들 어떠랴, 순아 우리 단 둘이 사자.
단 한 사람 찾아 주는 이 없는들 어떠랴. 낮에는 햇빛이 밤에는 달빛이 가난한 우리 들창을 비춰 줄게다. 순아 우리 단 둘이 사자.
깊은 산 바위 틈 둥지 속의 산비둘기처럼 나는 너를 믿고 너는 나를 의지하며 순아 우리 단 둘이 사자.
장만영 시인 / 정야
이슬에 젖어 이슬 내린 풀잎을 밟고 가노라면 우거진 수풀 속에 무슨 슬픈 이야기라도 있을 듯한 조그만 집이 한 채. 등불 켜지 않아 캄캄한 속에 달빛에 부서지는 파도처럼 유리창만이 번쩍거리는 저 낡은 집엔 어느 외로운 이가 세상을 버리고, 세상한테 잊히어 홀로 살고 있는 것일까. 나는 울타리 가에 숨어 뜰안을 들여다본다. 달빛 속에 꽃향기가 그윽히 풍긴다. 꽃향기 속에 여인인 양 싶은 이의 한숨 소리가 들린다. --그것은 바람도 없이 꽃잎만이 낙옆처럼 우수수 지던 날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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