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향 시인 / 검은 SERIES
□ 1
(C․U) 유리창에 시꺼먼 손바닥 따악 붙어 있다. 지문(指紋)엔 나비의 눈들이……. (M․S) 쇠사슬을 끌고 수 많은 다리[脚]의 행진. (O․S) M 아카시아 꽃의 계절이었는데…… W 굴러 내리는 푸른 휘파람도……
―― 밝은 목금(木琴) 소리 ――
□ 2
(M․S) 윤전기에서 쏟아지는 지폐의 더미. 그 더미 속에서 도오는 지구. (C․U) 지구는 잠시 정전(停電).
―― 권총 소리 ――
(O․S) W 오 소레 미오! M 찢어진 EO S의 로비에서……
□ 3
(L․S) 사막의 뉴드 거기 한 쌍의 벌거숭이 실루에트 사뭇 내닫는다. 기일게 그리매가 따라간다. W 옌 어디메에요! M 죽음이 뵈는 언덕에서……
―― 흑인 영가(黑人靈歌) ――
□ 4
(L․S) 기울어지는 성교당(聖敎堂) (M․S) 비스듬히 십자가. 탄도탄이 십자가에 명중. (L․S) 검은 태양.
―― 바람 소리․사이 사이로 코오러스 ――
□ 5
(C․U) 유리창에 시꺼먼 손바닥. 파충류처럼 따악 붙어 있다. 그 손바닥 가운데 외눈동자가 꺼무럭. (B․C․U) 공포공포공포의 외눈동자.
―― 허탈한 여인의 웃음 소리 ――
□ 6
(M․S) 정전된 지구의(地球儀) 도온다. 지구의 복판에 공포공포의 외눈동자. (B․C․U) 외눈동자. 외눈동자에서. 무수한 독나방 흩 어지며 날 아 난 다.
―― 명랑하게 구르는 목금 소리 ――
□ 7
(L․S) 아무 것도 없는 회색 하늘. 참 광막하다. (O․S) 너희는 잘못 걸어 왔느니라!
―― 그레고리아 성가(聖歌)․처량하게 풀룻 소리 꿰뚫고 나간다 ――
사상계, 1958. 11
조향 시인 / 검은 신화(神話)
지하(地下)로 통하는 층층계. 물이끼 번져 가고. 아아라한 옛날의 Hierogramme들이에요. 죽어간 문명(文明)의 영광(榮光) 위에. 굴러떨어지는 세피아의 태양(太陽). 갸륵한 파국(破局)을 위한 Ceremony의. 싸이크라멘이 살랑 흔들리는데. 영구차(靈柩車)의 행렬(行列) 뒤에 물구나무선 최후의 인간(人間) 대열(隊列).
내 과거(過去)의 계제(階梯)에서 사태지는 시꺼먼 자장노래. Lu lul―la Hash a bye 난립(亂立)한 마름쇠를 넘어서 휘청거리는 군화(軍靴)들의 패잔(敗殘). 시간(時間)이 옴짓 않는 이 공동(空洞)을 너의 su―awl처럼 새까만 수실을 흔들며 바람들이 연신 회돌아 나간다. 그 속에 네 팔이 하나 떨어져 있다. 하아얀 수화기(受話器). 자꾸만 멀어지는 성가대(聖歌隊). halation 저쪽에서 나를 부르는 너의 하얀 소리. 나는 이 수많은 스산한 바람 속에 서 있다.
머리, 가슴이 세모진 Basedow 씨병(氏病) 환자(患者)들이 누워 있는 습지대(濕地帶). 돋아난 눈알들. 버슷버슷버슷버슷. 4444. 아아. 나의 가슴에도. 사막(砂漠)에는 바알갛게 반란(叛亂)이. 운하지대(運河地帶)의 계엄명(戒嚴命). 나쎌 씨의 낮잠을 위하여. italio처럼 늘어선 목내이(木乃伊)의 숲 속에서. 서궁남내다추초(西宮南內多秋草) 낙엽만계홍불소(落葉滿階紅不掃). nomos의 폐허. 석양에 지나는 객(客)이 눈물겨워 하노라!
갑자기 3 반규관(半規管)의 좌초(坐礁). Mi Primavera! ¿Quien sera aquel hombre que nos mira? 평범한 밤은 처마 밑에 웅크리고 앉아서 이나 잡고 있다. 세상이 어떠냐고 물어보니까 모두들 자고 있더라고. 육체(肉體)를 고발(告發)당한 투명인간(透明人間)들이 G․M․C에 자꾸 실려 가고. 그 위에서 인환(寅煥)이 손을 흔든다. 그랜드 쇼처럼 인간(人間)의 운명(運命)이 허물어지고 Mi Primavera! 너는 시꺼먼 바람의 border line 저쪽에 언제나 있으면서. 몬마르뜨르도 아닌 거릴 이렇게 걷고 있어요! 미친 오필리아의 웃음소리 아스팔트 위에 동댕이쳐지면. 젊은 교수(敎授)의 독백(獨白)의 회색(灰色). 인제 지구(地球)의 visa는 무효(無效)다.
문학예술, 195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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