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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김광섭 시인 / 가는 길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7. 25.

김광섭 시인 / 가는 길

 

 

내 홀로 지킨 딴 하늘에서

받아들인 슬픔이라 새길까 하여

지나가는 불꽃을 잡건만

어둠이 따라서며 재가 떨어진다.

 

바람에 날려 한 많은

이 한 줌 재마저 사라지면

외론 길에서 벗하던

한 줄기 눈물조차 돌아올 길 없으리.

 

산에 가득히 …… 들에 펴듯이 ……

꽃은 피는가 …… 잎은 푸른가 ……

옛 꿈의 가지가지에 달려

찬사를 기다려 듣고 자려는가.

 

비인 듯 그 하늘 기울어진 곳을 가다가

그만 낯선 것에 부딪혀

소리 없이 열리는 문으로

가는 것을 나도 모르게 나는 가고 있다.

 

 


 

 

김광섭 / 생의 감각

 

 

여명(黎明)의 종이 울린다.

새벽 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같이 산다.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

오는 사람이 있고 가는 사람이 있다.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가는 사람이 다 내게서 간다.

 

아픔에 하늘이 무너졌다.

깨진 하늘이 아물 때에도

가슴에 뼈가 서지 못해서

푸른빛은 장마에

넘쳐 흐르는 흐린 강물 위에 떠서 황야에 갔다.

 

나는 무너지는 둑에 혼자 섰다.

기슭에는 채송화가 무더기로 피어서

생의 감각을 흔들어 주었다.

 

-<현대문학>(1967)-

 

 


 

김광섭  [金珖燮, 1906.9.21 ~ 1977.5.23] 시인

1905년 함북 경성에서 출생하였으며 중동학교 및 와세다 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문학활동은 1927년 창간한 순문학 동인지 《해외문학(海外文學)》과 1931년 창간한 《문예월간(文藝月刊)》 동인으로 시작했다.1945년 중앙문화협회를 창립했고, 1946년 전조선문필가협회 총무부장, 1948년 이승만 대통령 공보비서관, 1956년 자유문학가협회 위원장을 지냈다.

1957년 자유문학사를 세워 〈자유문학〉을 창간했으며, 1958년 세계일보사 사장이 되었다. 1959년 예술원 회원이 되었고, 1952~70년 경희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시집으로 첫시집 『憧憬』(1938) 이후 『마음』(1949), 『해바라기』(1957), 『성북동 비둘기』(1969), 『反應』(1971) 등이 있다. 그밖의 저서로 『김광섭시전집』(1974), 시선집『겨울날』(1975), 자전문집 『나의 獄中記』(1976) 등을 간행했다. 대한민국문화예술상, 국민훈장모란장, 서울시문화상을 수상했다. 1977년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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