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수 시인 / 봄의 幻覺
복사꽃 피면 복사꽃 내음새가 발갛게 일렁이는 시골에서 하품을 하다가 놋방울이 흔들리면 꼬리 한번 치고 황소는 취할 듯이 꽃잎을 먹고 육자배기 한 가락, 음매...... 얼굴을 쳐들면 들녘이 붉은 저편에, 시커먼 汽動車가 뽀오 지나가는 봄이 있었다.
박남수 시인 / 소로(小路)
언젠가 왔던 길, 두리번거리지만, 우리가 언제 왔었는지 물어 볼 사람 이제 없네. 옆에서 늘 함께 거닐던 키가 작은 사람 굽어보아도 보이지 않네. 혼자서 거니는 좁은 길, 이제 기쁘지도 즐겁지도 않네.
박남수 시인 / 종달새
보리밭에 서렸던 아지랑이 영신들이 지금은 하늘에서 얼굴만 내어 밀고 군종이 울리는 음악의 잔치가 되어 고운 갈매의 하늘을 포롱 포롱 포롱 날고 있다. 흐르고 있다. 포롱 포퐁 포롱 시냇물 위에 날리는 잔바람에 하늘이 떨어져 파안의 즐거운 파문
박남수 시인 / 밝은 정오
어두운 북향 방에 환히 한 오리의 볕이 들어 누웠는 눈이 부시다. 벽에 걸온 명도용 거울의 장난. 가끔은 불의의 볕이라도 들어 어처구니없이 밝은 마음으로 더부룩히 자란 수염을 다듬어보는 뚜우가 우는 밝은 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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