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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한용운 시인 / 정천한해

by 파스칼바이런 2019. 7. 24.

한용운 시인 / 정천한해(情天恨海)

 

 

가을 하늘이 높다기로

정(情) 하늘을 따를소냐.

봄 바다가 깊다기로

한(恨) 바다만 못하리라.

 

높고 높은 정(情) 하늘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손이 낮아서

오르지 못하고

깊고 깊은 한(恨) 바다가

병될 것은 없지마는

다리가 짧아서

건너지 못한다.

 

손이 자라서 오를 수만 있으면

정(情) 하늘은 높을 수록 아름답고

다리가 길어서 건널 수만 있다면

한(恨) 바다는 깊을수록 묘하니라.

 

만일 정(情) 하늘이 무너지고 한(恨) 바다가 마른다면

차라리 정천에 떨어지고 한해에 빠지리라.

 

아아 정(情) 하늘이 놓은 줄만 았았더니

님의 이마보다는 낮다.

 

아아 한(恨) 바다가 깊은 줄만 알았더니

님의 무릎보다는 얕다.

 

손이야 낮든지 다리야 짧든지

정(情) 하늘에 오르고 한(恨) 바다를 건너려면

님에게만 안기리라.

 

-<님의 침묵>(1926)-

 

 


 

만해 한용운 [卍海 韓龍雲 1879.8.29 ~ 1944.6.29] 시인

1879년 충남 홍성에서 출생. 1918년 월간지 『유심』을 발간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 주로 일제에 저항하는 민족정신과 불교에 의한 중생구제를 노래했음. 3.1운동 당시에는 33인을 대표하여 독립선언서를 낭독하여 피검되어 3년간의 옥고 치름. 불교의 대중화와 항일독립사상의 고취에 힘을 기울였으며, 1944년 입적. 조선의 불교계 및 독립운동에 지대한 업적을 남겨, 대한민국 건국

공로훈장 중장 수여되고 1967년 탑골 공원에 용운당만해대선사비가 건립됨. 저서로는 시집 『님의 침묵』 외에 『조선불교유신론』, 『십현담주해』, 『정선강의채근담』 등이 있으며 사후에『한용운전집』, 『한용운시전집』이 간행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