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도 시인 / 저녁 놀
작은 방 안에 장미를 피우려다 장미는 못 피우고 저녁놀 타고 나는 간다.
모가지 앞은 잊어 버려라. 하늘 저편으로 둥둥 떠 가는 저녁 놀!
이 우주에 저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무엇이랴. 저녁놀 타고 나는 간다.
붉은 꽃밭 속으로---- 붉은 꿈나라로----
오일도 시인 / 코스모스꽃
가을볕 엷게 내리는 울타리 가에 쓸쓸히 웃는 코스모스꽃이여!
너의 전원이 기른 청조한 여시인(女詩人)
남달리 심벽(深僻)한 곳, 늦 피는 성격을 가졌으며 세상의 영예는 저 구름 밖에 멀었나니.
오일도 시인 / 검은 구름
높이 하늘에서 검은 구름이 가슴 한복판을 누린다.
내 무슨 죄로 두 손 가슴에 얹고 반듯이 침대에 누워 취행 시간을 기다리느뇨.
그러나 모두 우습다. 그러나 모두 무(無)다.
눈만 달아 벌레 먹은 육체, 내려다 볼 때에 인생은 결국 동물의 한 현상이어니,
백년도 그렇고..... 천 년도 그렇고.....
내 한 가지 희원(希願)은 나 간 후 뉘어칠 것도 꺼릴 것도 아무것도 없게 하라.
오일도 시인 / 5월 화단
5월의 더딘 해 고요히 내리는 화단. 하루의 정열도 파김치 같이 시들다. 바람아, 네 이파리 하나 흔들 힘 없니!
어두운 풀 사이로 월계의 꽃조각이 환각(幻覺) 에 가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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