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상 시인 / 가고파
내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린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 간들 잊으리오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 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가서 한데 어울려 옛날같이 살고지라 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웃고 지내고저 그 날 그 눈물 없던 때를 찾아가자 찾아가.
이은상 시인 / 너라고 불러보는 조국아
너라고 불러보는 조국아 너는 지금 어디 있나 누더기 한폭 걸치고 토막(土幕) 속에 누워 있나 네 소원 이룰 길 없어 네 거리를 헤매나.
오는 아침도 수없이 떠나가는 봇짐들 어디론지 살 길을 찾아 헤매는 무리들일랑 그 속에 너도 섞여서 앞선 마루를 넘어갔다.
너라고 불러보는 조국아 낙조보다도 더 쓸쓸한 조국아
긴긴 밤 가얏고 소리마냥 가슴을 파고드는 네 이름아 새 봄날 도리화(桃李花)같이 활짝 한번 피워 주렴.
이은상 시인 / 심산 풍경
도토리, 서리나무 썩고 마른 고목 등걸, 천 년 비바람에 뼈만 앙상 남았어도, 역사는 내가 아느니라 교만스레 누웠다.
풋나기 어린 나무 저라서 우줄대도 숨기신 깊은 뜻이야 나 아니고 누가 알랴. 다람쥐 줄을 태우고 교만스레 누웠다.
이은상 시인 / 단풍 한 잎
단풍 한 잎사귀 손에 얼른 받으오니 그대로 내 눈 앞에 서리치는 풍악산을 잠긴 양 마음이 뜬 줄 너로 하여 알겠구나.
새 빨간 이 한 잎을 자세이 바라보매 풍림(楓林)에 불 태우고 넘는 석양같이 뵈네 가을 밤 궂은 비소리도 귀에 아니 들리는가.
여기가 오실 덴가 바람이 지옵거든 진주담 맑은 물에 떠서 흘러 흐르다가 그산중 밀리는 냇가에서 고이 살아 지올 것을.
이은상 시인 / 금강 귀로(金剛歸路)
금강(金剛)이 무엇이뇨 돌이요 물이로다 돌이요 물일러니 안개요 구름일러라 안개요 구름이어니 있고 없고 하더라 금강(金剛)이 어드메뇨 동해(東海)의 가이로다 갈 제는 거길러니 올 제는 흉중(胸中)에 있네 라라라 이대로 지켜 함께 늙자 하노라 노산시조집(鷺山時調集), 한성도서주식회사,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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