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상 시인 / 사랑
탈대로 다 타시오 타다말진 부디마오 타고 다시 타서 재될법은 하거니와 타다가 남은 동강은 쓸 곳이 없소이다. 반타고 꺼질진댄 아예 타지 말으시오 차라리 아니타고 생나무로 있으시오 탈진댄 재 그것 초차 마저 탐이 옳소이다
이은상 시인 / 봄처녀
봄 처녀 제 오시네 새 풀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 쓰고 구슬신을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누굴 찾아 오시는고.
님 찾아 가는 길에 내 집 앞을 지나시나 이상도 하시오다 행여 내게 오시는가 수집고 어리석은 양 나가 물어 볼꺼나.
노산시조집(鷺山時調集), 한성도서주식회사, 1932
이은상 시인 / 나무와 마음
나무도 사람처럼 마음이 있소 숨쉬고 뜻있고 정도 있지요 만지고 쓸어주면 춤을 추지만 때리고 꺽어면 눈물 흘리죠.
꽃피고 잎 퍼져 향기 피우며 가지 줄기 뻗어서 그늘 지우면 온갖새 모여들어 노래 부르고 사람들도 찾아와 쉬며 놀지요.
찬서리 눈보라 휘몰아 처도 무서운 고난을 모두 이기고 나이테 두르며 크게 자라나 집집이 기둥들보 되어 주지요.
나무와 사람들 서로 도우면 금수강산 좋은 나라 빛날 것이오
이은상 시인 / 그 집앞
오가며 그집앞을 지나노라면 그리워 나도 몰래 발이 머물고 오히려 눈에 뛸까 다시 걸어도 되오면 그 자리에 서졌읍니다....
오늘도 비 내리는 가을 저녁을 외로이 이집앞을 지나는 마음 잊으려 옛날 일을 잊어버리려 불빛에 빗줄기를 세며갑니다....
이은상 시인 / 고지가 바로 저긴데
고난의 운명을 지고, 역사의 능선을 타고 이 밤도 허우적거리며 가야만 하는 겨레가 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말 수는 없다.
넘어지고 깨어지고라도 한 조각 심장만 남거들랑 부둥켜 안고 가야만 하는 겨레가 있다. 새는 날 핏속에 웃는 모습 다시 한번 보고 싶다.
< 자유문학>창간호(1956.5) 수록.
|
'◇ 시인과 시(근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광균 시인 / 야차(夜車) 외 4편 (0) | 2019.08.13 |
---|---|
이한직 시인 / 높새가 불면 외 3편 (0) | 2019.08.13 |
김광균 시인 / 산 1 외 4편 (0) | 2019.08.12 |
이한직 시인 / 동양의 산 외 2편 (0) | 2019.08.12 |
이은상 시인 / 가고파(2) 외 4편 (0) | 2019.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