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 시인 / 사랑하면
우리가 어쩌다가 이렇게 서로 알게 된 것은 우연이라 할 수 없는 한 인연이려니 이러다가 이별이 오면 그만큼 서운해지려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슬픔이 되려니
우리가 어쩌다가 이렇게 알게 되어 서로 사랑하게 되면 그것도 어쩔수 없는 한 운명이라 여겨지려니 이러다가 이별이 오면 그 만큼 슬퍼지려니 이거 어쩔 수 없는 아픔이 되려니
우리가 어쩌다가 사랑하게 되어 서로 더욱 못 견디게 그리워지면, 그것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숙명으로 여겨지려니 이러다가 이별이 오면 그만큼 뜨거운 눈물이려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흐느낌이 되려니
아, 사랑하게 되면 사랑하게 될수록 이별이 그만큼 더욱더 애절하게 되려니 그리워지면 그리워질수록, 그만큼 이멸이 더둑더 참혹하게 되려니
조병화 시인 / 사랑의 노숙
너는 내 사랑의 숙박이다 너는 내 슬프고 즐거운 작은 사랑의 숙박이다 우리는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 인생은 하루의 밤과 같이 사라져 가는 것이다 견딜 수 없는 하루의 밤과 같은 밤에 우리는 사랑 포옹 결합 없이는 살 수가 없는 인간이다 너는 내 사랑의 유산이다 너는 내 온 존재의 기억이다
조병화 시인 / 사랑은
사랑은 아름다운 구름이며 보이지 않는 바람 인간이 사는 곳에서 돈다
사랑은 소리나지 않는 목숨이며 보이지 않는 오열 떨어져 있는 곳에서 돈다
주어도 주어도 모자라는 마음 받아도 받아도 모자라는 목숨
사랑은 닿지 않는 구름이며 머물지 않는 바람 차지 않는 혼자 속에서 돈다
조병화 시인 / 사랑, 혹은 그리움
너와 나는 일 밀리미터의 수억분지 일로 좁힌 거리에 있어도 그 수천억 배 되는 거리 밖에 떨어져 있는 생각
그리하여 그 떨어져 있는 거리 밖에서 사랑, 혹은 그리워하는 정을 타고난 죄로 나날을, 스스로의 우리 안에서, 허공에 생명을 한 잎, 한 잎, 날리고 있는 거다
가까울수록 짙은 외로운 안개 무욕한 고독
아, 너와 나의 거리는 일밀리미터의 수억분지 일의 거리이지만 그 수천억 배의 거리 밖에 떨어져 있구나
조병화 시인 / 사랑
사랑은,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더욱 외로워지는 거
한없이 그리워지는 그 그리움을 앓는 거
가까이 있어도, 살며시 손을 만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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