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현 시인 /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서면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서면 나는 아직도 짐승이로다.
인생은 항시 멀리 구름 뒤에 숨고
꿈결에도 아련한 피와 고기 때문에
나워 아직도 괴로운 짐승이로다.
모래밭에 누는서 햇살 쪼이는 꽃조개같이
어두운 무덤을 헤매는 망령(亡靈)인 듯 가련한 거이와 같이
언젠가 한 번은 손들고 몰려오는 물결에 휩싸일
나는 눈물을 배우는 짐승이로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서면
조종현 시인 / 여인
그대의 함함이 빗은 머릿결에는 새빨간 동백꽃이 핀다.
그대의 파르한 옷자락에는 상깃한 풀내음새가 난다.
바람이 부는 것은 그대의 머리칼과 옷고름을 가벼이 날리기 위함이라
그대가 고요히 걸어가는 곳엔 바람도 아리따웁다.
조종현 시인 / 북관행(北關行)
1 안개비 시름업시 나리는 저녁답 기울은 울타리에 호박꽃이 떨어진다.
흙향기 풍기는 방에 정가로운 호롱불 가물거리고 젊은 나가니 나는 강냉이 국수를 마신다.
두메 산골이라 소치는 아이 풀피리 소리 베짜는 색시 고요히 웃는 양이 문틈으로 보인다.
2 강냉이 조팝에 감자를 먹으며 토방 마루에 삽살이와 함께 자고......
맑은 물 돌아가는곳 푸른 산이 열리놋다.
영(嶺)넘는 바윗길에 도라지꽃 홀로 피어 산길 칠십리를 뻐꾸기가 웃짖는다.
조종현 시인 / 芭草雨
외로이 흘러간 한송이 구름 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 성긴 빗방울 파초 잎에 후드기는 저녁 어스름 창 열고 푸른 산과 마주 앉아라. 들어도 싫지 않은 물소리기에 날마다 바라도 그리운 산아 온 아침 나의 꿈을 스쳐간 구름 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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