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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백석 시인 / 통영(統營) 외 5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9. 29.

백석 시인 / 통영(統營)

― 남행시초(南行詩抄) 2

 

 

통영(統營)장 낫대들었다

 

갓 한닢 스고 건시 한접 사고 홍공단 댕기 한감 끊고

술 한병 받어들고

 

화륜선 만저보려 선창 갔다

 

오다 가수내 들어가는 주막 앞에

문둥이 품바타령 듣다가

 

열이레 달이 올라서

나룻배 타고 판데목 지나간다 간다

 

 


 

 

백석 시인 / 청시(靑枾)

 

 

별 많은 밤

하누바람이 불어서

푸른 감이 떨어진다 개가 즞는다

 

 


 

 

백석 시인 / 쓸쓸한 길

 

 

거적장사 하나 산(山)뒷 옆비탈을 오른다

아 - 따르는 사람도 없이 쓸쓸한 쓸쓸한 길이다

산(山) 가마귀만 울며 날고

도적갠가 개 하나 어정어정 떠러간다

이스라치전이 드나 머루전이 드나

수리취 땅버들의 하이얀 복이 서러웁다

뚜물같이 흐린 날 동풍(東風)이 설렌다

 

 


 

 

백석 시인 / 노루

 

 

산(山)골에서는 집터를 츠고 달궤를 닦고

보름달 아래서 노루고기를 먹었다

 

 


 

 

백석 시인 / 자류(柘榴)

 

 

남방토(南方土) 풀 안 돋은 양지귀가 본이다

햇비 멎은 저녁의 노을 먹고 산다

 

태고(太古)에 나서

선인도(仙人圖)가 꿈이다

고산정토(高山淨土)에 산약(山藥) 캐다 오다

 

달빛은 이향(異鄕)

눈은 정기 속에 어우러진 싸움

 

 


 

 

백석 시인 / 갈매기 날어난다

 

 

이른새벽 바닷가의 선창가에서 백석은 좋아하는 꼴두기가 그물에 잡혀있는 모습을 보고 불쌍한 운명을 느낀다. 더욱이 배창에 널려있는 꼴두기가 슬피우는 듯한 모양을 보고는 뱃사람들이 예전에 회처먹었던 꼴두기의 이야기를 들으며 더욱 슬픔을 감추지 못한다.

 

 

신새벽 : 이른새벽

들망 : 후릿그물. 바다나 큰 강물에 넓게 둘러치고 여러 사람이 그 두 끝을 끌어당기어 물고기를 잡는 큰 그물

꼴두기 : 두족류(頭足類)의 연체동물. 생김새는 낙지와 비슷하고 몸길이는 다리끝까지 24cm 가량. 몸통에 도톨도톨한 혹이 솟아있고 여덟 개의 발이 있음. 몸빛깔은 회색을 띤 적갈색이며, 만(灣)의 얕은 바다에 삶

한깃 : 한 조각. 어떤 것을 여러 조각으로 나눌 때의 그 한몫

 

 


 

백석(白石) 시인 (1912.7.1~1995)

본명 백기행(夔行). 평안북도 정주(定州)에서 출생하였다. 오산(五山)중학과 일본 도쿄[東京] 아오야마[靑山]학원을 졸업하였다. 조선일보사 출판부를 근무하였으며, 1936년 시집 《사슴》을 간행하여 문단에 데뷔하였다. 방언을 즐겨 쓰면서도 모더니즘을 발전적으로 수용한 시들을 발표하였다. 《통영(統營)》 《고향》 《북방(北方)에서》 《적막강산》 등 대표작은 토속적이고 향토색이 짙은 서정시들이다.

지방적·민속적인 것에 집착하며 특이한 경지를 개척하는 데 성공한 시인으로, 8·15광복 후에는 고향에 머물렀다. 1963년을 전후하여 협동농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연구자에 의해 사망연도가 1995년임이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