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진 시인 / 변증법
날개였었지 날개였었지 높디높은 하늘 벽을 위로 부딪쳐 그 울음 혈맥 고운 하얀 새의 넋 새보다 더 먼저는 꽃잎이었었지 소리 아직 처음 일어 발음 없었던 그 침묵 오래 다져 황홀 속에 포개던 꽃잎보다 더 먼저는 햇살이었었지 그랬었지 햇살들이 비로소 꽃잎 형상져 꽃잎마다 새가 되어 하늘 날으던 하나씩의 그림자는 하나씩의 육신 육신이 땅에 태어 사슬 얽매인 벼랑에 그 바위 위에 사슬 얽매인, 프로메테우스, 프로메테우스, 어 인신(人身) 그 먼저는 날개였었지 날개였었지
박두진 시인 / 강(江) 2
나는 아직도 잊을수 잊을 수가 없다. 그날 강물은 숲에서 나와 흐르리.
비로소 채색되는 유유(悠悠)한 침묵 꽃으로 수장(水葬)하는 내일에의 날개짓.
아, 홍건하게 강물은 꽃에 젖어 흐르리 무지개 피에 젖은 아침 숲 짐승 울음.
일체의 죽은 것은 떠나게 가리 얼룽대는 배암 비늘 피발톱 독수리의,
이리 떼 비둘기 떼 깃죽지와 울대뼈의 피로 물든 일체는 바다로 가리.
비로소 햇살 아래 옷을 벗는 너의 전신(全身) 강이여, 강이여, 내일에의 피 몸짓.
네가 하는 손짓을 잊을 수가 없어 강 흐름 피무늬길 바다로 간다.
시집 '거미와 성좌'(1962)
|
'◇ 시인과 시(근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영랑 시인 / 오월 (0) | 2019.10.06 |
---|---|
김소월 시인 / 돈과 밥과 맘과 들 외 2편 (0) | 2019.10.05 |
신석정 시인 / 전아사 (0) | 2019.10.05 |
김소월 시인 / 눈물이 쉬루르 흘러납니다 외 4편 (0) | 2019.10.04 |
오장환 시인 / 산협(山峽)의 노래 외 3편 (0) | 2019.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