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승 시인 / 견고(堅固)한 고독
껍질을 더 벗길 수도 없이 단단하게 마른 흰 얼굴
그늘에 빚지지 않고 어느 햇볕에도 기대지 않는 단 하나의 손발
모든 신들의 거대한 정의 앞엔 이 가느다란 창끝으로 거슬리고
생각하던 사람들 굶주려 돌아오면 이 마른 떡을 하룻밤 네 살과 같이 떼어 주며
결정(結晶)된 빛의 눈물, 그 이슬과 사랑에도 녹슬지 않는 견고한 칼날 발 딛지 않는 피와 살
뜨거운 햇빛 오랜 시간의 회유에도 더 휘지 않는 마를 대로 마른 목관 악기의 가을 그 높은 언덕에 떨어지는, 굳은 열매
쌉쓸한 자양(滋養)에 스며드는 네 생명의 마지막 남은 맛!
< '현대 문학'(19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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