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시인 / 나비를 보는 고통 a
혼자서 날아다니다가 흙에서, 흙에서 뒹굴다 죽는 나비여.
날개가 아니라 몸뚱어리라는 것을. 그가 날개를 움직이는 동력이라는 것을. 내 진작 알았더라면
날개란 몸뚱어리에 붙은 어떤 것이라는 것을. 내 진작 알았더라면
몸뚱어리가 죽으면 날개도 따라 접힌다는 것을. 내 진작 알았더라면
혼자 다니다가 흙에 뒹굴다, 흙에 뒹굴다 죽는 나비에 나비의 운명에 내 가까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집 『나비를 보는 고통』(문학과지성사, 1999) 중에서
박찬일 시인 / 나비를 보는 고통 d
하늘에 날개가 닿았다 꺼칠꺼칠한 곳이 있었고 말랑말랑한 곳이 있었다 말랑말랑한 곳에 걸쳐 앉았다 바깥에서 윤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침을 발라, 구멍을 뚫고, 보니까 하늘 바깥에 하늘이 있는 또 하나의 세계가 있었다 그동안 헛고생한 것이다 하늘에 가면 다 가는 줄 알았는데 到達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늘 바깥에 또 하늘이 있었다니 길 떠나지 말라고 한 선생님이 생각난다 선생님은 알고 계셨던 걸까 하느님이 둘 이상이라는 것을
시집 『하느님과 함께 고릴라와 함께 삼손과 데릴라와 함께 나타샤와 함께』(문학에디션 뿔, 1999)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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