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용 시인 / 눈오는 아침
눈오는 아침은 가장 성(聖)스러운 기도(祈禱)의 때다.
순결(純潔)의 언덕 우 수묵(水墨)빛 가지가지의 이루어진 솜씨가 아름다워라.
연기는 새로 탄생(誕生)된 아기의 호흡(呼吸) 닭이 울어 영원(永遠)의 보금자리가 한층 더 따스하다.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시인 / 마음의 조각 1
허공(虛空)이 스러질 나는 한 점의 무(無)로―
풀 밑 벌레 소리에, 생(生)과 사랑을 느끼기도 하나
물거품 하나 비웃을 힘이 없다.
오직 회의(懷疑)의 잔을 기울이며 야윈 지축(地軸)을 서러워하노라.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시인 / 마음의 조각 2
임금 껍질만한 열정(熱情)이나 있느냐? `죽음'의 거리여!
썩은 진흙골에서 그래도 샘 찾는 몸이 될까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시인 / 마음의 조각 3
고독을 밤새도록 잔질하고 난 밤, 새 아침이 눈물 속에 밝았다.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시인 / 마음의 조각 4
달빛은 처녀의 규방으로 들거라. 내 넋은 암흑과 짝진 지도 오래거니―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시인 / 마음의 조각 5
향수(鄕愁)조차 잊은 너를 또야 부르랴? 오늘부턴 혼자 가련다.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시인 / 마음의 조각 6
오고 가고 나그네 일이오
그대완 잠시 동행이 되고.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시인 / 마음의 조각 7
사랑은 완전(完全)을 기원(祈願)하는 맘으로 결함(缺陷)을 연민(憐憫)하는 향기(香氣)입니다.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시인 / 마음의 조각 8
생(生)의 `길이'와 폭(幅)과 `무게' 녹아, 한낱 구슬이 된다면 붉은 `도가니'에 던지리다.
심장(心臟)의 피로 이루어진 한 구(句)의 시(詩)가 있나니―
`물'과 `하늘'과 `님'이 버리면 외로운 다람쥐처럼 이 보금자리에 쉬리로다.
망향, 문장사, 1939
|
'◇ 시인과 시(근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함윤수 시인 / 수선화 (0) | 2019.08.28 |
---|---|
한하운 시인 / 목숨 외 4편 (0) | 2019.08.28 |
한용운 시인 / 선사(禪師)의 설법(說法) 외 3편 (0) | 2019.08.27 |
조병화 시인 / 곁에 없어도 외 3편 (0) | 2019.08.27 |
김상용 시인 / 가을 외 5편 (0) | 2019.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