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로 시인 / 날이 새입니다
날이 새입니다, 동이 고요히 트입니다, 고흔 새벽 빛이 `세계(世界)의 계시(啓示)'같이 흔들립니다.
벗이여, 당신 이마에는 어제 밤의 우수(憂愁)가 쓰여 있습니다, 거섬츠레한 두 눈초리에는 그저도 눈물이 겨웁니다.
벗이여, 나의 사랑하는 벗이여, 이리 오십시요― 자릿하게도 산산한 새벽 이슬이 나리는 이곳으로요.
`슬픔'은 옛것이요, `기쁨'은 길이 새롭습니다, 울음을 멈추고 이리와서 `밝는 큰 날'의 해 맞이하세요.
날이 새입니다, 동이 고요히 트입니다, 고흔 새벽 빛이 `세계(世界)의 기쁨'같이 출렁거립니다.
조선의 마음, 평문관, 1924
변영로 시인 / 낮에 오시기 꺼리시면
낮에 오시기 꺼리시면 꿈에나마 오소사 꿈에까지도 안 오시면 `꿈까지도 버리시나'하고 나는 야속하여 하렵니다 계신 곳 모를 아낙네시여
오소사 오소사 꿈에나마 오소사― 물결 따르는 달빛같이 물결 따르는 달빛같이 오소서 빛 없는 나의 꿈을 태우듯이 비치소사
조선의 마음, 평문관, 1924
변영로 시인 / 눈[眼]
아리따운 그대 그대의 눈찌는 실버들가지 어찌나나 실이 나부끼는지 나의 갈 길 잃었어라
길 잃은 나, 길 잃은 나 들도 벌도 헤매이다가 혹시 그대 밑둥에 브듯거든 길 잃었다 찾아 온 줄 아소
조선의 마음, 평문관,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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