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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시인 / 높새바람같이는
나는 다시 넝마를 두르고 앉아 생각하네 당신과 함께 있으면, 내가 좋아지던 시절이 있었네
내겐 지금 높새바람같이는 잘 걷지 못하는 몸이 하나 있고, 높새바람같이는 살아지지 않는 마음이 하나 있고 문질러도 피 흐르지 않는 생이 하나 있네
이것은 재가 되어가는 파국의 용사들 여전히 전장에 버려진 짐승 같은 진심들 당신은 끝내 치유되지 않고 내 안에서 꼿꼿이 죽어가지만,
나는 다시 넝마를 두르고 앉아 생각하네 당신과 함께라면 내가, 자꾸 내가 좋아지던 시절이 있었네
시집 『아픈 천국』(창비, 2010) 중에서
이영광 시인 / 그늘 속의 탬버린
지금은 그늘이 널 갖고 있다 그러니까 넌 빛이야 빛날 수 없는 빛 견디기는 했지만 스스로를 사랑한 적 없는 독신 너는 예쁘지 아니, 슬프지 탬버린이 울 때까지 탬버린은 그치지 않고 여전히, 검은 꺼진 눈을 뜨고 있는 흑백텔레비전 텔레비전 그늘은 결국 인간관계지 이것에 걸리기 위해 애썼다 너는 절대로 잊을 수 없다 사랑한다면 이렇게 오래 같이 살까? 넌 함부로 죽었고 나는 눈물이 흐른다 화양연화 화양연화 화냥년아 너는 네가 괴롭다 금방이라도 그쳐버릴 것처럼 탬버린은 영원히 짤랑거린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사라져버릴 것 같은 사람 사라졌는데도 사라져버릴 것 같은 사람
시집 『아픈 천국』(창비, 201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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