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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희 시인 / 시계 소리
세상 모르게 자다가도 일순 잠을 깨면 저것 때문에
죄없는 귀를 잡아당겨서 그쳐라, 그쳐라 해도 말을 듣지 않아서 살갗에 소름 돋도록 참다가 벌떡 일어나면
비등점으로 끓는 속 내다 버려야지 현관 밖에다 내놓고는 저것도 한밤중에 비 맞으면 춥겠지 안에 들여 놓아도 여전히 낙숫물 소리
똑똑똑, 눈먼 시간이 짚어 가는 지팡이 소리 지워지지 않았다
지상에서 지워지는 게 어디 있다고 아무리 박박 문질러 봐라 상처 자국, 딱정이가 지워지는가 제때에 오지 않는 신발끼리 계속 서로의 귀나 잡아당기면서 그래, 함께 살자
시집 『내려놓지마』(시산맥, 2011) 중에서
구순희 시인 / 주머니의 집
지퍼 하나로 열리고 닫히는 집이 있습니다
늘 비어 있기만 하는 주머니에 변함없이 죄 많은 손만 집어넣습니다
손끝에 달린 전등으로 삶의 막간까지 비춰 보지만 더듬이는 그만 길을 잃습니다
빈집엔 푸석한 먼지가 주인입니다
행여나 지푸라기라도 건질까 헛수고한 손을 빼내 거풍시킵니다
지상엔 주머니보다 큰 집들이 왔다갔다합니다
사들인 집이 몇 채 집안 가득 찹니다 밖으로 나갈 땐 집을 통째로 들고 다닙니다 색색의 집은 카멜레온입니다 요즘엔 부쩍 가방만 사들입니다 모두 눈물 주머니에다 상처난 지퍼가 달렸습니다
지갑에서부터 핸드백까지 생은 지퍼 하나로 열리고 닫힐 뿐입니다
시집 『내려놓지마』(시산맥, 201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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