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추인 시인 / 시간을 위한 거울 오브제 —매혹을 소묘하다
산그늘과 구름그늘 사이엔 거울이 있고 밀밭내와 논두렁 풋콩내 사이 누가 가고 있다 네 시와 다섯 시 사이 긴 그림자를 끌고 누가 거울 속을 가고 있다
느티목 그루터기에 앉아 나이테를 읽는 눈 길고 연한 하절무늬와 짧고 촘촘한 동절무늬 사이 아른아른 유리의 길을 따라가며 읽는다 흔들리고 꺾이며 폭풍우와 맞서던 시간을 햇살과 물소리와 눈발 비껴나는 시간을
봄에서 겨울까지 그리고 다시 봄 흔들림과 무심, 포만과 궁핍을 베껴본 나무는 제 나이테 사이에 시간의 옷을 새기는 것
초록과 회록 사이에 누가 흔들흔들 가고 있다 언제였더라 부끄러움과 설렘 사이를 거울이 응시하던 풀내 나는 육체의 남녘은 몹시 흔들리는 반 추상체의 나무 두 그루
꿈에서 꿈으로 길을 내던 거울 속 구름의 시간들 뇌실 어느 기억의 빗금 사이에 앉아 잔물지고 있겠다 아릿아릿 혹은 촘촘촘
계간 『미네르바』 2015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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