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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시인 / 참나리꽃 속에 핀 여름
쨍그랑 금방이라도 실금이 갈듯 팽팽한 긴장감 속에 햇볕 부서진다 어디선가 그늘이 깨지고 균형 무너져 바스락거리는 오후
쨍그랑 금 간 일상이 사금파리마다 은빛 꽃가루를 입힌다 갈피 모르는 시간이 아무데서나 뒹굴고 희망은 그 때 붉은 꽃을 피워 진하고도 독한 향기 내뿜다가 무더기로 시들지
슬픔이란 그런 것이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우연히 찾아왔다가 뚜렷한 목적 없이 진득하게 기다려주기도 하다가 망설임 끝에 불쑥 앞단추 하나 툭 떨어뜨리는 여인의 운명처럼 불운을 만나도 어이없이 웃어야 한다
오늘아침 거울을 박살내려다가 그 대신 거울 앞에서 정중히 긴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버렸다 애지중지 길러온 머리카락 때늦은 후회로 밤낮이 연일 무겁게 바뀌고 마른침 삼키며 뜬 눈으로 불면증을 견뎌야 한다
쨍그랑 생활에 금이 가고 나도 모르는 통증을 호소하면 오소소 이빨 빠지는 악몽 사정없이 부는 태풍은 모질게 어린 꽃잎을 흔들고 덜컹덜컹 몸을 떠는 창가에서 마냥 게을러 터져 더디 가는 여름
격월간 『시사사』 2016년 7~8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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