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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영림 시인 / 편도선

by 파스칼바이런 2019. 11. 30.

이영림 시인 / 편도선

 

 

이곳은 바다의 뜨거운 환부

막다른 곳에 선을 긋고 몽롱한 밤이 출렁거린다

 

방파제에 밀려온 캔 라면봉지 스티로폼

파도막이 사이로 배를 뒤집은 물고기 무덤

파도는 집요하다

먼바다까지 흘러갔던 뿌리가

조류를 따라 한곳에서 절름거렸다

 

왜 밤새 바닷바람을 맞는 거야

감기 걸리고 싶어

 

걱정의 수위가 한 뼘 더 높아진다

한 바퀴 더 목을 감싸는 머플러

퉁퉁 부은 목소리가 말을 삼킨다

 

바다의 길목을 지키던 방파제 밑

부푼 것들은 열이 나고 섬을 따라 왔던 파마머리 여자도

오래전 이곳에서 가야 할 길을 다 지워버렸다

편도의 길은 어디까지 흘러갔을까

 

파도마저 잘게 찢어 버리는 테트라포드,

방파제를 호위하는 이 조직은 무사의 뿔처럼 완강하다

 

바다를 부유하던 뭍의 껍데기들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고

목이 부은 여름은 삼킬 수 없는 것을 자꾸 게워낸다

 

테트라포드 : 중심에서 사방으로 원기둥 모양의 네 개의 발이 나와 있는 대형 콘크리트 블록. 방파제나 강바닥을 보호하는 데쓰인다. 프랑스에서 발명하였다.

 

월간 『유심』 2015년 10월호 발표

 

 


 

이영림 시인

경북 영덕에서 출생.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전문가과정 수료. 2014년 《시에티카》 신인상을 통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