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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나 시인 / 웃는 돼지
죽은 돼지는 웃는다 돼지는 죽기 위해 웃는다 돼지는 죽기 위해 태어나고 웃기 위해 죽는다 죽음도 빼앗지 못하는 돼지의 웃음 귀를 베어 먹어도 웃는다 코를 먹어도 웃는다 273 kcal로 웃는다 식칼처럼 웃는다
사람의 입속에서 웃는다 창자 속에서 웃는다 똥 속에서 웃는다 흙 속에서 웃는다 돼지 속에서 웃는다 사라진 몸뚱이들이 몰려와 웃는다 펄펄 끓으며 웃는다 물컹거리며 웃는다 죽음 속에서 웃는다
돼지는 식물성이다 웃으면 귀가 풀잎처럼 자란다 평생 비굴함을 다 받아냈을 돼지 귀 치욕을 받들었을 머리 뼈도 아니고 살도 아니다 치욕을 구부려 웃는다
계간 『서정시학』 2015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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