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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현 시인 / 송곳니 자국
초저녁 골목 귀퉁이에서 걸음이 꺾인다 거기 송곳니를 드러낸 개가 끝장을 보자고 공중에 뜬 철망 흔들어댄다 이웃집 개들도 덩달아 컹컹 짖어대고
철망을 긁는 앞발톱이 두 걸음 밖에 선 얼굴을 할퀸다 아니야 나는 아니야, 손사래 치는 나를 송곳니에 허벅지를 물린 나를 어금니에 이미 납작해진 나를 철망 안의 개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 패대기친다
흩어지는 정신을, 으스러지는 몸을 모아 한 걸음 두 걸음 다가가 휴대폰 셔터를 누른다 송곳니가 번쩍, 이마 앞에서 찍힐 때 아무렇지 않은 접시꽃도 귀나간 접시처럼 번쩍였던가
악다구니로 덤벼드는 소리는 제 몸이 상하도록 몸부림친다 컹컹컹컹, 송곳니 자국을 공중에 찍어댄다 녹슨 철망을 갈기갈기 찢어내고 컹컹컹컹, 소리가 허공을 물어뜯으며 달려간다 괜찮아 나는 괜찮아, 손 흔들고 가는 나는 송곳니에 허벅지를 물리지 않은 나는 어금니에 눌려 납작해지지 않은 나는 등 뒤로 달려드는 소리보다 천천히 걸어간다
먼 곳으로 개 짖는 소리가 돌아간다
계간 『시작』 2016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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