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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일 시인 / 동대문아파트
1964년생 동대문아파트 한가운데 허공이 박혀 있다. 6층짜리 콘크리트 네모가 웅크린 원으로 보인다. 어디쯤 심장 하나 꿈틀거리고 있을 것 같다. 허공은 균열이 찾아낸 구석에 모세혈관 같은 햇빛을 박는다. 심지어 반죽은 화분에 박혀 석류의 감정을 설계한다. 뿌리박는다는 건 이생에 후생을 축조하는 일인가 보다. 거의 다 탄 연탄 위에 새 연탄을 올려놓듯 열매는 뿌리가 만든 상층부일 뿐 가지는 여전히 뿌리박는 공법으로 그늘을 쌓는다. 햇빛 한 무리 날아와 석류에 박힌다. 뿌리인 양 아래쪽으로 휘었던 가지가 도면대로 돌아와 그늘의 평수를 지켜낸다. 씨앗은 이 휘청거림을 눌러쓰는 깊이로 기억한다. 기억이란 누군가 그려둔 도면을 내 눈 속에 펼치는 일인가 보다. 9평짜리 천정에 박혀 있는 윗집 연탄화덕 수십 년째 허공을 태우고 있다. 이 요철에 꿈을 맞추었던 사람들이 보인다. 추위를 보듬는 자세로 웃음을 기르는 종족이 아랫집 천정을 파 허공을 박지 않았다면 어찌 위층에서 온기를 기를 수 있었겠으며 대면 없던 옛 사람들이 내 기억에 박혀 있겠는가. 철거 공사를 멈추고 연탄화덕을 남겨둔 뒤부터 뿌리 깊이로 허공을 그려 넣는 건축 설계사의 자세를 흉내 내곤 한다. 어떤 까닭으로 낯모를 그가 내 기억을 설계하는 것인지 빈 칸을 벽돌처럼 쌓아놓은 원고지 앞에 앉으면 나는 가끔 나에게 묻곤 한다. 너는 누구의 감은 눈에 박혀 누군가의 기억 하나 설계하고 있는지
계간 『포지션』 2017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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