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서완 시인 / 사과를 쪼개면
붉은 심장 박힌 나비가 보여! 뱀을 머리에 두르고 천국을 버린 나비 가장 현명한 도박이었어 위험은 위험이 없는 안락 용기는 두려움을 낚는 말
국경도 권력도 없이 언덕 또 언덕을 달려 절벽 또 절벽을 넘은 체 게바라의 혁명처럼 두려움을 엎어버린 그 용기
뱀이 지나간 땅마다 뒤엎지 봉인된 책을 펼치지 붉은 깃발을 꽂고 고통을 달래는 수첩 속의 시 한 편 어둠은 얼마나 환해지는가
지구 끝까지 붉은 바람이 불어 해와 별을 만들고 향기와 열매를 제조하는 도시 펜트하우스엔 그런데 왜 나비가 없나 빌딩 또 빌딩, 층층 칸칸 불야성은 왜 어둠속인가
황금을 꿈꾸는 붉은 열쇠가 뒤엎은 정원 밀어버린 숲 덮어버린 강, 무덤 위에 쌓인 무덤을 잊으며 빛을 걸어놓고 어두워지는 도시
사과를 반으로 펼치면 검은 씨앗 삼킨 나비가 보여 뱀이 기어 다니던 잃어버린 정원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새소리
깨진 항아리에 쏟은 자유의 피 위험은 위험이 없는 안락 용기는 두려움을 낚는 말 언덕 또 언덕을 달리는
사과를 두 쪽으로 쪼개면 나비가 날아오르지 뱀이 기어 다니는 그곳 둥근 책과 검은 씨앗 신의 사과를 열면,
계간 『시작』 2016년 가을호 발표
강서완 시인 / 고전적인 불볕
그러면 칸나는
줄 없는 기타로 어떤 색을 노래할까?
슬픔을 쏟아낸 살결처럼 어둠은 빛의 내면을 찾아가는 것
몸으로 말해야 할 때 삶은 가장 단순해진다
날아오른 무용수가 몸을 펼치듯 더위를 껴안은 칸나는 팔다리와 웃음이 복원된 토르소다
헝클어진 빨강, 폐기된 사물, 허공의 바리케이드, 과거의 해독에 골몰한
폐허를 밤이슬에 씻던
칸나,
발톱에 동여맨 붉은 노래, 부르튼 잎들이 지런지런
쏟아지는 역광을 끌어안는다
계간 『시와 정신』 2016년 봄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송연숙 시인 / 행성, VFTS 352 (0) | 2019.11.30 |
|---|---|
| 김분홍 시인 / 거미집 (0) | 2019.11.30 |
| 최형심 시인 / 흰 눈썹 위의 풍습 (0) | 2019.11.30 |
| 차주일 시인 / 동대문아파트 (0) | 2019.11.30 |
| 이영림 시인 / 편도선 (0) | 2019.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