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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송연숙 시인 / 행성, VFTS 352

by 파스칼바이런 2019. 11. 30.

송연숙 시인 / 행성, VFTS 352

 

 

허공에 점을 찍어 봅니다. 점처럼 반짝이는 생각의 별

 

그대와 나는 별이랍니다. 그대와 나의 거리는 겨우 1200만㎞, 서로를 공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하루. 그 사이에도 나는 그대 꿈을 꿉니다. 멀리 떠나고 싶은 주말, 우리별에서 16만 광년 떨어진 지구별로 소풍을 가자고 나는 조르지요.

 

일터로 간 그대가 늦는 밤이면 은하수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요. 김이 나는 카모마일 한 잔을 아껴 마시며 쇼팽의 야상곡을 듣지요. 피아노 방울이 별똥별처럼 내 가슴에 떨어집니다. 내가 원하는 건 당신의 30%, 어린 왕자의 긴 망토를 두르고 별이 돋는 궁륭을 한없이 바라볼 시간이 내게도 필요하지요. 말똥가리 시인의 초록빛 방언 같은 시를 읽으며 초록빛 엄마별을 그리워할 시간 말이에요.

 

우리는 같은 크기의 하트를 가지고 있어요. 큰 별이 작은 별의 에너지를 흡수하지는 않아요. 공전하며 공존하는 법을 배우며 살지요. 북두칠성의 긴 국자를 들어도 당신은 빛나는 별. 별이 되어보니 알겠어요. 별은 왜 다섯 개의 꼭지점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왜 빛나는지. 서로의 고단한 어깨를 꾹꾹 눌러주며 이야기 나누는 저녁, 다섯 손가락의 흔적은 멀리서도 보이는 별이랍니다.

 

900개의 별 중 우리는 키스를 가장 좋아하는 별. 중력이 끌어당기는 힘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뒤통수를 긁을 때도 있지요. 가끔은 하나로 합쳐져 빠르게 자전하는 별이 되거나,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기도 해요. 섭씨 4만 도를 넘는 사랑. 함께, 블랙홀이 되어도 좋아요.

 

‘대마젤란운에서 키스하는 별’을 인터넷으로 읽는 밤, 나는 상상을 즐기는 외로운 별이랍니다.

 

웹진 『시인광장』 2017년 5월호 발표

 

 


 

송연숙 시인

2016년 《시와 표현》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