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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도이 시인 / 거미의 각도

by 파스칼바이런 2019. 11. 30.

김도이 시인 / 거미의 각도

 

 

몸을 풀은 공중에서 낯선 당신을 견뎌냈다

 

우울증을 앓던 여자가 페기물인 양 창 밖으로 아이를 던졌다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며 아이는 각에 걸렸고 패스! 라고 외치며 여자는 거꾸로 뛰어 내렸다 사람들은 일제히 전화기를 꺼내들었다 구급차가 아슬아슬 펼쳐졌지만 당신의 계산법은 치명적이어서 아이와 여자는 허공인 채 봉분이 된다

 

바람을 잡아당기면 공중이 어긋나서

삐끗 금 간 독들이 욱신거렸다

 

밤의 꽁무니는 무지해 아무 곳으로나 몸을 풀고 모퉁이에 많은 것을 감추려든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은 아침의 방향으로 햇빛을 다시 재단한다 많은 것은 많은 것을 잃고, 나를 비껴나간 곳

 

끊어질 듯

성급한 날개가 끈끈한 각도에 한 끼 식사처럼 걸려있다

허공은 깊게 파여 껍데기뿐인 나를 먹으러 이곳으로 왔다

없는 나뭇가지는 혈관으로 얽혀있고 비행을 멈춘 당신

날아갈 공간도 없이 굳고 있는 나를 본다

 

계간 『딩아돌하』 2016년 봄호 발표

 

 


 

김도이 시인

2014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얼룩의 시차』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