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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식 시인 / 데미스 루소스를 들으면 가을이다
데미스 루소스를 들으면 가을이다
이제 막 꽃 피고 잎 돋는 봄도
고목나무 그늘아래 매미소리 듣는 무더운 여름도
등 가렵고 몸 간지러운 쓸쓸한 가을이다
데미스 루소스를 들으면 사랑이다
입맞춤의 흔적들을 숨기기 위해
입술 주위에서는 수염들이 시커멓게 자라났고
어느 순간 커다란 소나무 숲이 되었다
그리고 사타구니에도
데미스 루소스를 들으면 그리움이다
오래전 바다에 빠져 죽은 한 여자
알몸으로 걸어 나온다
물기 젖은 그녀의 왼 가슴에서는 낙엽 타는 냄새가
오른 가슴에서는 편지 태우는 냄새가 난다
그녀의 하얀 허벅지 안쪽에서는
물기 젖은 바이올린 소리가 난다
노래는 몸 안에서
빙글 빙글 돌다가 가을을 만들고
가을은 여자를 만들고 여자는 그리움을 만든다
데니스 루소스를 들으면 가을이다
* 데미스루소스 : 그리스출신 가수
계간 『시인정신』 2016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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