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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원 시인 / 호구(狐口)
호구는 나에게 출발한다 거절하지 못하는 손바닥과 눈빛을 돌려세우지 못하는 몰인정이란 단어
사냥감을 놓치고 헉헉거리는 숨을 내몰아쉬다 뱃속의 굶주린 짐승이 의지를 버리고 탈진한 몸으로 기대앉은, 부드럽고 연한 감정의 입구를 훅 당기면 바깥으로 내장부터 허물어진다
뒤집어진 옷처럼 속 피부로 살아가는 호구를 지척에 두고 있다
사냥 성공률이 5%인 절대적 빈곤율의 호구 먹는 날보다 굶는 날이 더 많은 짐승 이빨과 다리는 동병상련으로 늙어가고 고단한 호랑이 두어 마리 슬그머니 빠져 나갈 궁리를 하다보면 문안에 속하며 바깥에 귀를 세워 둔 문밖의 먹잇감은 자신의 속살에서 가끔은 비릿한 냄새를 맡는다 호구는 구조의 바깥에서 얼기설기 구석으로 내 몰려 있다
얽혀진 숲속의 질서에 도착해서는 먹잇감으로 끌려가는 호구 가파른 산행 길, 목이 쉰 포효는 절대빈곤의 발바닥을 들어올린다
웹진 『시인광장』 2017년 5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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