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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혜리 시인 / 파도치는 방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1.

최혜리 시인 / 파도치는 방

 

 

고래처럼 바다 속을 잘도 헤엄치던 아버지

방을 밀며 바다로 간다

저 방이 파도를 치는 구나

우리 저 방으로 이사 가자

아버지, 우리 오늘 이사 왔어요 아직

이삿짐도 다 정리 못한걸요 얘야,

그래도 파도가 없는 방은 재미가 없구나

 

방속에 있던 이삿짐들이 하나 둘 떠올라

우주 끝까지 떠다닌다

비틀거리는 방

날아다니는 방

파도치는 방

우주 끝 파도가 방으로 밀려와요

바닷속에서 고양이가 리본을 흔들어요

그런데 고양이는 알까요

방이 왜 자꾸 흔들리는지

아버지, 그래도 가끔은 절 꺼내주세요

파도만 치는 방은 재미없어요

 

웹진 『시인광장』 2019년 8월호 발표

 

 


 

최혜리 시인

1959년 강릉에서 출생. 2007년 《시와 세계》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아직도 부재중』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