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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유지소 시인 / 중심의 연못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1.

유지소 시인 / 중심의 연못

 

 

나의 기쁨은 아주 짧게 아주 조금 사랑하시고 나의 슬픔은 너무 오래 너무 많이 사랑하시는 검은 세계여

 

당신도 울고 있나요?

으깨진 수박처럼 붉은 달빛 아래 엎드려 울고 있나요?

 

내 두 눈을 멀게 하신 연후에 꽃이 피게 하시고 내 두 귀를 틀어막으신 연후에 방울새를 풀어놓은 검은 세계여

 

당신도 나처럼 울고 있나요?

기나긴 장마 끝 그예 무너진 낡은 집처럼 주저앉아, 주저앉아 울고 있나요?

 

나처럼, 혼자 앉기엔 너무 긴 소파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 울고 있나요?

 

웹진 『시인광장』 2019년 8월호 발표

 

 


 

유지소 시인

경상북도 상주에서 출생. 2002년《시작》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제4번 방』(천년의시작, 2006), 『이것은 바나나가 아니다』(파란, 2018),가 있음. 2012년 제5회 웹진 『시인광장』 올해의좋은시賞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