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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어진 시인 / 눈송이 레시피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1.

이어진 시인 / 눈송이 레시피

 

 

우리는 먼 곳을 향해 날고 있는 눈송이의 이름을 불렀다

눈물이 육각형으로 매달려 있었다 여름의 감정은 눈송이로 흩어졌다

 

눈송이 안에서 각진 눈물방울 같은 냄새가 뿜어져 나올 때 공기의 눈동자에 가느다란 속눈썹을 붙이고 긴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오래 전 구름의 엽서를 받은 후, 아주 오랜 후였다

내가 가볍게 날아다니는 걸 눈치 챈 걸까

지붕이라면 내가 포근하게 덮어주는 걸 상상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누군가 일곱 개의 사과와 돌멩이가 날아다니는 동화책을 읽었을지도 모르는 눈송이 안에서 객석은 극장의 화면 속을 폭설로 내리는 여름 풍경으로 앉아 있을지도 모르지

 

그건 미래에서 온 눈송이, 나뭇가지를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으로 눈송이의 혓바닥 위에서 맛나게 스며드는 주인공들처럼 우리는 서글프고 날선 서로의 윤곽을 핥았다

 

한 번쯤 눈송이에게서 편지를 받고 싶다 눈송이의 머릿속을 흘러다니는 구름의 손가락은 흘러내리는 빙수, 나는 조금씩 사라지는 눈송이 안에서 정오의 시간을 음미하고 있다

 

사각사각 눈송이가 스며드는 소리가 들렸다 오래전 내가 얼음을 상상하던 그 눈빛 안에서 길고 긴 미로가 얽힌 육각형의 눈송이 안에서

 

웹진 『시인광장』 2019년 8월호 발표

 

 


 

이어진 시인

서울에서 출생. 경희사이버 대학교 미디어문창과 석사 졸업.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2015년 《시인동네》 가을호에 〈식탁위의 풀밭〉외 4편 당선으로 등단. 디지털 시집으로 『셔츠의 웃음』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