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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권이화 시인 / 아름다운 태양의 발목을 잘라 구름 속으로 던지겠어요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1.

권이화 시인 / 아름다운 태양의 발목을 잘라 구름 속으로 던지겠어요

 

 

녹슨 철문을 열면 반을 접은 이마를 가진

비스듬히 기울어지는 얼굴이 있어요

 

책 속에서 비스듬히 날고 있는

글자 위의 작은 새

소녀와 아버지

나이 많은 사랑도 태양의 방향으로 기울어지고 있어요

 

새가 태어나듯 밤이 길어집니다

 

태양의 계단에서 들려오는 장미의 노래

뜨거운 여름의 입맞춤

새의 아름다운 심장은 태양의 일곱 번째 계단 위에 있어요

 

그 끝에 곧은 비행의 궤적을

기울어지는 눈으로 갸우뚱 바라보면

새의 눈 안에 해질 무렵이 있어요

 

비스듬히 물이 흐르고 비스듬히 불이 타고

비스듬히 흐르고 타다가 그대 멀리 불어가는 붉은 바람은

이 노래가 늘 마지막 노래인지 알지 못해요

 

어떻게 비스듬히 가는 걸까요

 

기울어지지 않는 아름다움과 기울어져야 하는 아름다움의 행간 깊숙이

아름다움도 아름답게 기울어져야한다면

작은 새의 날개를 어느 높이에서 접어야 한다면

 

남국의 마젤란성운에서 우리가 먹고 마시던 구름

우리가 찌르고 할퀸 구름과 비

새가 꿈꾸던 구름을 이해해야겠지요

 

웹진 『시인광장』 2019년 8월호 발표

 

 


 

권이화 시인

경북 안동에서 출생. 중앙대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 수료. 2014년《미네르바》를 통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