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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태숙 시인 / 나의 누에
종로 금방 골목 뒤에는 4령에서 5령으로 넘어가는 와불 하나
이게 어차피 망상이라지만 누군가는 세계를 완전히 꿈속으로 집어넣어 다시 꺼내주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에겐 모두 우주를 느리게 기어가던 끝이 희미하게 남아
수평날개를 펼쳐놓고 허공을 걷는 나, 방안에서 구할 것을 한길에 몸을 말고도 드나든다
죄를 묻히지 않을 때라야 한 칸 하늘을 갉아 먹고
형체 없는, 오로지 다 풀어진 물질만이 혀를 맞물려 딸려 나오기도 한다
그건 마치 쓰레기봉투 옆에 무른 잠을 맞대고 등껍질을 부벼대며 쏟아져 나오는 누에나방
몸이 제가 지은 환상이 아니라 발바닥에서 끌려나온 모든 길의 행적이라면
골목을 똘똘 말아 끄트머리를 슬쩍 내놓은 곽 밖의 발처럼 노숙의 저 이는 지금 막! 나를 발생시키고 사라지는 내 속의 무문 하나
우주는 또 한 번, 나 하나로 꽉 차는 것이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8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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