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 시인 / 평등한 사회
사과의 속살이 고목나무로 짠 오후의 평상에서 아싹아싹 씹힌다
둥근 표면이 한순간 방심에 넘어지는 굴렁쇠라면 깨진 무릎으로라도 맞서 볼 사과는 깎는 게 아니었구나
잘라내야 보이던 너의 골목 너의 얼굴 담벼락 너머로 지워졌다 되살아 날 때마다 방긋 웃으며 걸어온 길도 버려두면 벌겋게 탈색될 걸 알기에 멈추지 못하는 시큼한 다짐
기다리고 있는 골목은 이렇듯 울퉁불퉁한 것이냐
껍질이 껍질을 밀고 가서 희고 둥근 살결을 칼날에 물려 내가 깎는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
왠지 아픈 평상임을 아는 그대를 뉘인다 따스한 오후의 무릎에
웹진 『시인광장』 2019년 8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덕현 시인 / 크리스찬 메모리얼 파크 (0) | 2019.12.05 |
|---|---|
| 김권 시인 / 여름병동 (0) | 2019.12.04 |
| 황성용 시인 / 먼저 (0) | 2019.12.04 |
| 정병호 시인 / 테슬라 (0) | 2019.12.04 |
| 송연숙 시인 / 발소리들 (0) | 2019.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