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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한지혜 시인 / 저녁에 오는 사물들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8.

한지혜 시인 / 저녁에 오는 사물들

 

 

  오른팔의 어둠이 오고 왼팔의 빛은

 

  택시를 타고 갔어

 

  이후 반복되는 망각의 경험들

  유리 썬팅필름

  가운데 식탁으로 모이기 시작해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이 접히는 세계

  척추로 미끄러지다 부서지는 소소한 기척을

  피로 봉합하기

 

  오믈렛으로 시작하는 순환

 

  우연에 맘을 기울였던

  관계

 

  아직 지킬 수 없는 나이프와의 약속

  복도를 지나 롤빵의 계단을 자꾸 내려가 차가운 문 뒤 쪼그리고 앉은 구석

 

  경계

 

  트라우마의 신호마다 포개지는 기이한 감각

  빛 속에 녹은 얼룩

  허브티

  다른 허무로 태어나려 충동이 출몰해

 

  충돌

 

  충만을 알지 못해서

  증거물과 흔적들을 꺼내 아스파라거스처럼 펼쳐놓아

  얼굴 불안한 표정

 

  거짓말이라고 말을 해

 

  레코드 조각을 조합해

  가슴으로 돌아와

  화이트 성좌로 나타나 와인처럼 흩뿌려지게

  음악이 나직이 지나가게

 

웹진 『시인광장』 2017년 5월호 발표

 

 


 

한지혜(韓智慧) 시인

대청도에서 출생. 1987년 월간 《신세계》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마음에 내리는 꽃비 』(한누리미디어, 1998)와 『차와 달의사랑노래』(소리들, 2005),  『두 번째 벙커 』(시산맥사, 2015)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