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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하해 시인 / 흰 나비 발(撥)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8.

정하해 시인 / 흰 나비 발(撥)

 

 

  벚꽃노을이다

  느릿느릿 정중해서 그러므로 어떤 전범처럼 숭배를 해야 하는

 

  모든 이해관계를 합당하게 한다

 

  당신이 꽃을 벗고 갔을 때

  나는 그해 꽃들을 흉장에 염해 두었다

  물감이 들듯

  내가 분홍으로 왈칵거리자 불현듯 흉장을 서성이는 한 편의 당신

  벽화가 된

 

  그 불우

  결코 닿을 수 없는 거리

 

  없는 사람 눈썹이 그려진

  가방을 메고 소풍 간다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는 그 없는 사람을 위해 눈썹 하나 닮은 채

 

  왈가왈부 저 꽃들 후두둑 덮쳐오는데

 

  느슨해지기로 했다

  강변에 앉아

  당신을 적었다

  이렇다 할 내용보다 그냥, 그랬으므로

  훗날이라는 말

  마땅한 저 말이 아플 때의 시기

 

  이를테면 내 분홍살을 물고 있는 딱지 그 한 꽃잎의 사태

  나는 물살처럼

  그것을 구부렸다 폈다

  장문이다

 

웹진 『시인광장』 2017년 5월호 발표

 

 


 

정하해 시인

포항에서 출생. 2003년 《시안》으로 등단. 시집으로 『살꽃이 피다』(문학의전당, 2007), 『깜빡』(시와시학,  2010),  『젖은 잎들을 내다버리는 시간』(시인동네, 2015)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