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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영찬 시인 / 구름의 헛기침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8.

김영찬 시인 / 구름의 헛기침

 

 

누군가가 짙은 속눈썹을 달고 솟구치는 밤이다

 

오장육부에 색이 웅크리는 밤이다

 

더 이상 아쉬울 것 없잖느냐고 아까울 게 없잖느냐고

목구멍에 수면제 털어넣고 오물거려도

잠 안 오는 밤이다

 

공갈빵이 부풀어 오르는 밤이다

 

구름의 헛기침이 또 잦아지는 밤이다

 

어렵사리 술 취하고난 뒤 그리 쉽게 술 깨기가 싫어서

모르겠다, 몰랐다고 솔직히 시인하면 될 텐데

허파에 털만 숭숭 솟는 밤이다

 

개판(개판…이라는 게 도대체 뭔데…,) 5분 전이다! 와

개판 5분 후라니까! 의 차이점, 을 천명할

자유와 오독의 근거는 무얼까

무얼까, 로 고민하고 싶어지는 밤이다

 

벽 쪽에 돌아누운 시간들이 몸뚱이 뒤집는 밤이다

 

자신에게 돌아앉은 집들이 문 닫는 밤이다

 

복화술이 발달하고

푸른 속눈썹이 내장에 툭툭 떨어져 낚싯줄 엉키는 밤이다

아니, 낚시 바늘에 걸린 물고기를 찬찬히

풀어줘야 길들여지는 밤이다

 

계간 『애지』 2009년 가을호 발표

 

 


 

김영찬 시인

충남 연기에서 출생. 외국어대 프랑스語과 졸업. 2002년 《문학마당》과 2003년 《정신과 표현》에 작품들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불멸을 힐끗 쳐다보다』와 『투투섬에 안 간 이유』가 있음. 현재 웹진 『시인광장』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