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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분홍 시인 / 네펜데스*
주머니가 주머니를 매달고 주머니를 불러 모은다
저마다 가장 선호하는 부위에 매달린 식욕의 자세는 허기져서 깊어지는 건지 깊어져서 허기지는 건지
민낯을 드러낸 해바라기 옆에 가면을 쓴 그림자는 육식성이다
주머니는 광합성보다 덫에 가깝다 함정을 오므릴 줄 모르는 자세가 피 비린내를 풍겼다
온몸이 입인 주머니가 입이 없는 하루살이 떼를 산 채로 삼켜버렸다
주머니 속에서 아이들이 칭얼댔다 칭얼대는 아이들을 캐리어가 삼켰다 순식간에 저수지가 캐리어를 삼켰다
흩어진 먹구름이 몰려와 그녀에게 쌓였다 지워진 아이들의 출생증명서는 어디에 있을까?
복통에 시달리다 폐허만 남은 주머니 아파트를 뱉어내고 자동차를 뱉어내고 남자를 뱉어낼 때 저수지가 아이들을 뱉어냈다
*네펜데스: 식충식물
월간『모던포엠』 2019년 6월호 발표
김분홍 시인 / 복숭아 가지가 흔들릴 때
고이는 곳이 많은 엉덩이는 아름답습니다 흔들리는 엉덩이 속엔 산비탈 풀벌레소리가 고이고, 자벌레 걸음이 고이고, 한낮의 하품과 달의 부끄러움이 고인 흔적이 있습니다 말똥구리가 바닥을 말아 올리듯 엉덩이는 공중에서 길을 둥글게 감아올리고 둥근 길속엔 당신의 달콤함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오후 3시의 엉덩이, 구름의 펑퍼짐한 생각이 내려앉아 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벌레들이 생겨나는
엉덩이 위엔 솜털의 띄어쓰기가 생략되어 있습니다 봉지에 싸여 아우성치던 솜털이 붉게 익어갑니다 솜털 속 벌레들이 빛과 어둠을 갉아먹으며 향기로움을 꿈꾸겠지요 벌레에겐 숱한 솜털의 밤이 있고, 내겐 불면의 밤이 있습니다 나는 매달려 익어가는 벌레의 생각을 솎으려다 그만 둡니다 벌레는 나의 생각 속에만 존재합니다 낮의 엉덩이와 밤의 엉덩이는 감정의 깊이가 다릅니다 감정이 깊어질수록 벌레는 번식하고 이별은 껄끄러워집니다
격월간 『시와 표현』 2019년 7~8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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