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성선경 시인 / 꽃화분이 서른 한 개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8.

성선경 시인 / 꽃화분이 서른 한 개

 

 

돈을 벌지 않으니 돈 쓸 일이 없어

천 원 생기면 천 원짜리 꽃화분 하나

이천 원이 생기면 이천 원짜리 꽃화분 하나

꽃화분들은 돈이 없어도 물만 주면

꽃을 피워, 이제 그만 피겠지, 물만 주면

또 꽃을 피워 물조루를 들게 하고

이제는 그만 피겠지 물을 주면

또 피워, 서른 한 개의 꽃화분이 돌아가며

꽃 피워 나는 돈도 벌지 않는데 바빠

물조루를 들고 바빠, 돈을 벌지 않으니

돈 쓸 일도 없는데 바빠, 꽃들은

자꾸 꽃을 피워, 꽃진자리 또 꽃 피워

나는 돈을 벌지 않으니 돈 쓸 일이 없어

천 원 생기면 천 원짜리 꽃화분 하나

이천 원이 생기면 이천 원짜리 꽃화분 하나

이렇게 생긴 꽃화분이 서른 한 개

꽃 피니 물주고, 물주니 꽃 피고

나는 돈도 벌지 않는데 바빠.

 

웹진 『시인광장』 2017년 5월호 발표

 

 


 

성선경(成善慶) 시인

1960년 경남 창녕에서 출생.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바둑론〉 당선되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파랑은 어디서 왔나』,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 『봄, 풋가지行 』, 『진경산수』, 『모란으로 가는 길』, 『몽유도원을 사다』, 『서른 살의 박봉 씨』, 『옛사랑을 읽다』『널뛰는 직녀에게』, 시선집 『돌아갈 수 없는 숲』 시작에세이 『뿔 달린 낙타를 타고』 산문집 『물칸나를 생각함』 동요집 『똥뫼산에 사는 여우』(작곡 서영수)이 있음. 월하지역문학상, 경남문학상, 마산시문화상, 시민불교문화상 수상.